책,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p. 168
(문장의 아취가 비슷한 작가 없이 독특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심시선의 답)
아마도 바닥에 떨어진 그릇처럼 깨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어, 어릴 때 배웠던 일본어, 영어, 독일어가 머릿속에서 다 섞였는데
조화롭게 섞이지 못하고 여기저기 골이 있습니다.
골과 절벽에 제 나름대로 흔들다리 같은 것을 걸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균열에 땜질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독특해 보일 뿐일 겁니다
작가는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꼭 내 이야기였다. 아니 지금의 내 상태다.언어는 공들여 갈고 닦지 않으면 퇴화해서,지금 나에게 남아 있는 언어는 한국어, 영어, '얼마에요' 정도의 일본어, 몇 십개 단어의 프랑스어이지만, (다개국어라고 말 할 수도 없음) 한 번 언어를 배워두면, 사용하지 않아도 머리에서 깔~끔하게 지워지지 않아서인지엉성한 뼈대들이 남아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주고 있다.덕분에 간혹 '0개 국어세요?'라는 놀림을 받기도 하고,'와우, 표현이 신선하네'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고 있다고.
#가족 #대화가끊기지않는 #말이많은 #시끄러운(?) #수다 #말의밀도
p.169
다들 언어적으로 지나치게 발달되어 있는 나머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 '말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힘들지?'
p.195
"젊어."
걷다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땅이 너무나 젊었다. 걸어도 걸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용암이 분출될 때마다 지표가 바뀌고 해안선이 바뀌는 섬이었다.
..평소 명은이 거닐고 파들어가는 땅은 늙고 고정된 땅이었다.
p.248
일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여전히 감이 오지 않았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길들여지지 않는 괴물 늑대와 같아서.
여차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주인을 물 것이다. 몸을 아프게 하고 인생을 망칠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을 조금만 사랑하자니, 유순하게 길들여진 작은 것만 골라 키우라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p.268
"크기만 키워도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아서."
...이걸 네 배, 다섯 배, 열 배 크기로 그리면 달라 보일까?
..
여자도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큰 거 해야해요.
좁으면 남들 보고 비키라지. 공간을 크게 크게 쓰고 누가 뭐라든 해결하는 건 남들한테 맡겨버려요.
..뻔뻔스럽게, 배려해주지 말고 일을 키우세요.
p.289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로므로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데 얼마 동안 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당장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 해볼 만하다.
책 말미에 처음으로 책 제목이 등장한다.
'시선으로부터 뻗어나온 가족들은...'
한 사람이 자신의 다른 일부에게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보게되었다.그리고 추천사 글에 있는 방상영 소설가의 말에 동의했다. '이토록 한국의 현대사를 정통으로 관통하는, 그러면서도 경쾌함과 꼿꼿함을 잃지 않는 인물을 본 적이 있었던가.'
※ 책에서 읽은 좋은 글귀를 기록하고, 생각을 더합니다.
저작권 등에 문제 있을 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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